와인의 전통적인 강자는 프랑스인데
왜 하필 미국으로 가냐고 물어보는 본다면.. 아.. 너무 할 말이 많네요 ㅎㅎ
제게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미국 와인, 왜 그런지 한 번 들어보실래요?
# 1 첫사랑 와인
'와인이라는 건, 시고 떫고 맛없고 비싼 술.. 분위기로 마시는 거지 뭐..' 라고 생각했던 저를 와인에 푹~ 빠지게 만든 제 첫 사랑 와인은, '릿지 에스테이트 샤도네 (Ridge Estate Chardonnay)' 라는 미국 화이트 와인입니다. 저는 이 와인을 '버터 와인' 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데요, 처음 잔에 따르고 코를 갖다 대자마자 부드럽고 진한 버터향이 물씬~ 풍겨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와인에서 이런 향이 난단 말이야?
화이트 와인은 새콤하고, 레몬 같은 과일향이 나는 건 줄만 알았는데..
그 신선한 충격이 와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게 만들더라고요~
그래서 매일 새로운 와인을 마셔봤는데, 참 다양하고 재미있는 향기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과일향, 꽃향, 구운빵향, 우유향, 가죽이나 담배향까지도..
알고보니, 포도 품종 자체에서 갖고 있는 1차 향이 있고 (과실향, 꽃향, 허브향 등..)
거기에 오크 숙성 등 양조법으로 첨가된 2차 향이 따로 있더라고요~ (이스트향, 구운빵향, 바닐라, 견과류, 버터 등..)
저는 숙성된 화이트 와인을 처음 마셔봐서 2차향을 처음 접해본 거였고요..
왜 여태까지는 숙성되지 않아 신선한 느낌을 주는 와인만 마셨을까 생각해보니, 그 때는 와인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가격대가 낮은 것들을 주로 마셔서 그런 것 같아요 ㅎㅎ (대부분 숙성된 와인들은 가격대가 좀 더 나간다는..)
첫 눈에 반해버린 미국 화이트 와인..
물론 훨씬 더 훌륭한 품질의 와인들이 차고 넘치지만, 제게는 정말 소중하고 특별한 와인입니다.
그래서 이왕 와이너리 투어를 가게 된다면 첫 사랑 와인의 고향 미국에 가야겠다는 낭만 가득한 생각을 했어요~
(미국 와인들이 입 맛에 맞기도 했고..)
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이유 외에도 '미국 와인 & 와이너리'가 너무 매력적인 면이 많더라고요~
첫 눈에 사랑에 빠져 만나게 됐는데 시간이 갈 수록 더 빠져들게 되는 그런 느낌이랄까..
# 2 Creative, 실험적, 성공적
유럽의 와인 양조법은 이미 확립된 전통에 따라 수백 년 동안 변하지 않은 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전통은 포도의 재배나 수확 방법, 양조법이나 숙성과정까지 포함하고 있는데요, 정해진 지역에서 정해진 품종으로만 와인을 만들어야 하니 품질은 엄격하게 지켜지나 어찌보면 다소 재미없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반면 미국에는 전통이나 규제가 거의 없어서 와인메이커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자유분방하게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어볼 수 있어요~
"프랑스인들 앞에서 와인 양조에 관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겸손해 마십시오. 그들도 잘 모르는 많은 일을 지금 우리가 캘리포니아에서 벌이고 있습니다.
유산발효 제어 기술에 대해 말씀해보세요. 와인의 생물학적 안정을 위해 미세 여과하는 것도요.
우리가 여기서 하고 있는 이 두 가지는 프랑스인들조차 제대로 모르는 겁니다."
[영화 '와인 미라클' (원제: Bottle Shock)]
실제로, 와인의 변방 취급 받던 미국 와인이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는 프랑스 와인과 맞붙어 이긴 희대의 사건도 있습니다.
'파리의 심판' 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하죠~ 파리에서 진행 된 프랑스 와인 VS 미국와인의 블라인드 테이스팅 사건입니다.
프랑스는 신대륙 와인을 항상 싸구려로 취급했었는데요, 1976년에 미국이 독립선언 200주년을 기념하여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제안했고 프랑스는 '요놈들 봐라? 박살을 내줘야겠다' 라는 마음으로 기꺼이 승락합니다.
테이스팅이 이루어진 장소는 프랑스 파리.
심사위원은 로마네 꽁띠와 샤또 지스쿠르의 소유주를 비롯해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셰프와 수석 소믈리에, 프랑스의 권위 있는 와인매체 편집장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누가봐도 미국이 불리한 상황.. 그러나 결과는.. 두둥!
모두의 예상을 깨고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 모두 캘리포니아 와인이 1위를 차지합니다!
로마네콩티,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오브리옹 등.. 프랑스의 기라성같은 명품와인들을 제치고 말이죠..
압도적 기득권에 맞선 마이너리티들이 일군 '짜릿한 승리의 순간'!
전 이 유쾌한 사건을 참 좋아합니다 ㅎㅎ
이 유명한 사건은 '와인 미라클'이라는 이름으로 영화화 되기도 했으니 꼭 한 번 찾아보셔요~ (강추!)
# 3 고전 미술 프랑스 와인 vs 현대 미술 미국 와인
프랑스 와인과 미국 와인의 차이를 한 마디로 알려달라고 한다면,
저는 프랑스 와인은 고전 미술 같고, 미국 와인은 현대 미술과 같다.. 라고 이야기할 것 같아요~
원근법과 같은 전통적인 기법을 사용하고, 현실과 비슷할 정도로 세심한 표현으로 형태를 완벽하게 완성하여 그리는 르네상스 시대의 고전 미술.. (뭔가 떼루아의 특성을 그대로 나타내려 한다는 점과 비슷 한 것 같네요.. 완벽한 균형감도..) 그리고 '도상학'이라고 하여 그림에 표현된 대상들이 담고 있는 의미, 상징에 대해 알고 있어야 그림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와인의 산지와 해당 산지에서 주로 재배하는 포도 품종이 무엇인지 등 알아야하는 프랑스 와인과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요~
한 마디로, 아름답지만 공부해야할 것이 많고 복잡함.. ㅠㅠ ㅋㅋ
하하.. 미국 와인은 병 레이블만 봐도 조금 다르죠?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레이블~
균형보다는 파워풀하고 임팩트가 있는.. (요즘에는 완벽하게 균형잡힌 스타일의 와인들도 많이 나오지만요..)
한 모금 마셨을 때 우와~! 하는 느낌이랄까요? 로버트 파커가 좋아할만한 스타일..ㅋ
오랜 전통보다는 젊은이다운 열정, 의지, 감각, 그리고 새로운 시도..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좀 더 쉽고 편하게,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와인인 것 같아요~
# 4 꿈 꾸는 자들의 아메리칸 드림
먼 곳에서 꿈을 안고 찾아와 정착한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미국 나파밸리에는 곳곳에 꿈이 담겨있고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좋은 와인을 만들고 싶다는 꿈 하나로, 처절할 정도의 가난함과 모든 것을 감수하고 와인 외길을 걸어왔던 사람들.. 그 중 한 명이 크로아티아에서 건너 온 '마이크 그르기치' (본명은 밀옌코) 입니다.
그의 삶은 굉장히 가난하고 험난했습니다. 공산당이 살고있던 지역을 점령했고, 그는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캘리포니아에 가기 위해 수 년 간을 난민으로 지내며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나라를 전전합니다.
"캘리포니아는 어떤가요?"
"트랙터 없는 농부를 찾기가 힘들더구나. 하지만 5년만 쓰고 또 새 트랙터를 구입하지"
"모두가 트랙터를 가지고 있다니!"
학생들은 반신반의했다.
메뉴판에서 가장 싼 음식을 주문했다. 75센트 짜리였다. 어떤 음식인지는 보지도 않았다.
그는 당장은 무일푼에 가까웠다. 하지만 난 돈을 모을거고, 그러면 1년 안에 내 양조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르기치는 그렇게 즐거운 상상을 하며 잠이 들었다.
- 파리의 심판 中
지금의 그는 '그르기치 힐스 (Grgich Hills)' 라는 본인 소유의 와이너리도 가지고 있고, (와이너리에 방문하면 베레모를 쓴 그르기치 할아버지를 볼 수 있다고 하네요 ㅋㅋ) 파리의 심판에서 화이트 부문 1위를 차지했던 영예의 와인 메이커이기도 합니다!
워런 위니아스키 Warren Winiarski (대학교수) - 스택스립 Stag's Leap
제스 잭슨 Jess Jackson (변호사) - 캔달 잭슨 Kendall Jackson
로드니 스트롱 Rodney Strong (무용수) - 로드니 스트롱 빈야드 Rodney Strong Vinyard
톰 조단 Tom Jordan (지질학자) - 조단 Jordan
제임스 배렛 James Barrett (변호사) - 샤토 몬텔레나 Chateau Montelena
그르기치 외에도 전혀 다른 일을 하다 와인메이커의 꿈을 안고 정착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눈에 익은 이름들도 꽤 보이죠? ㅎㅎ
저도 언젠가는 저렇게 저만의 와이너리를 갖고 싶네요~
# 5 한국 대비 아주 Slim한 가격
제가 미국에 가고싶어 안달나는 이유 중 하나..
국내 가격에 비해 꽤나 저렴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제가 좋아하는 '라 크레마, 소노마코스트 샤도네'의 경우 국내 정상가 90,000원 입니다..
이걸 미국에서 사면?
뜨허.... $22.95 라니.. 26,000원 정도 수준이네요 ㅠㅠ 1/3 도 안되는 가격;;
정말 눈돌아가게 저렴합니다.. 유럽 와인도 국내보다는 싼 편이지만, 그래도 왠만하면 미국 와인을 마시는 게 남는 장사일 듯 합니다 ㅋㅋ 가격도 경쟁력있고, 보관 상태도 훌륭하고..
샤토 몬텔레나 샤도네의 경우, 국내 정상가 180,000원 → 미국 현지가 $50 (5~6만원) 수준
(파리의 경우 와인 가격이 국내가랑 비교했을 때 별로 안 쌌던 기억이.. )
# 6 단 기간에 완벽한 여행을 꿈꾼다면.. NAPA!
나파밸리는 단 기간에 다양한 와이너리를 경험하고 싶다면 최고로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폭 5km, 길이 40km인 이 곳에는 약 700개의 와이너리가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나파밸리 초입 부터 맨 윗 쪽 칼리스토가 (Calistoga)까지 차로 넉넉하게 1시간~1시간 30분이면 충분히 도착합니다.)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에서 오퍼스원까지는.. 도보로 14분 ㅋㅋ 너무 가까워서 차량 거리는 나오지도 않네요 ㅋㅋ 이런 식으로 다닥 다닥 붙어있는 경우가 많아 지도를 보고 경로만 잘 짠다면 하루에 5개 이상도 갈 수 있더라고요~
거리는 가깝지만 와이너리들의 개성은 정말 제 각각~!
농가처럼 소박한 곳이 있는가하면, 신전 처럼 웅장한 곳도 있고, 끝내주는 포도밭 뷰의 테라스가 있는 곳도 있고, 아주 모던한 곳도 있고.. 와인 테이스팅도 즐거웠지만, 와이너리 하나하나 찾아갈 때 마다 요런 다양성 덕분에 재미가 쏠쏠했어요~
프랑스 같은 경우, 레드로 유명한 와이너리에서 샴페인으로 유명한 와이너리를 가려면 지역 자체를 꽤 오랜 시간 이동해야하는 반면 레드, 화이트, 심지어 포트나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도 하루에 모두 갈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와이너리별로 투어 & 테이스팅 비용이 꽤 고가라는 점이었는데요..
이건 추후에 포스팅에 자세히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아.. 원래 이렇게 길게 이야기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인트로가 너무 길어졌네요 ㅎㅎ
다음부터는 본격적으로 와이너리 투어에 대한 이야기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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